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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뒷담화

기사 뒷이야기 : 친밀감을 파는 이웃에 대한 단상

4COINS 2011. 7. 2. 12:54

1.
블로그를 필두로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상업화가 이루어졌다.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론의 전파과정이 개인의 SNS에 수렴되고, 기업의 마케팅도 배너광고나 검색광고에서 개인이 생산한 컨텐츠 안에 광고를 넣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파워블로거들도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다. 광고성 게시물을 썼다. 공동구매도 진행했다. 그 와중에 수수료를 챙겼다.

문제는 그 사실을 전부 숨겼다는 점이었다.

일이 터지기 전까지 까맣게 몰랐던 사람들은 화를 냈다. 왜 화를 냈을까. 블로거의 상업적 활동 때문일까, 아니다. 그들이 번 액수를 질투해서일까, 아니다. 사람들은 블로거들이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하는 이웃으로 가장했다는 점에 화를 냈다. 소비자들이 보기에 파워블로거들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이미 판매자의 편에 서 있었다. 신뢰가 깨졌다.

신문에서 기사형 광고와 일반 기사를 폰트와 레이아웃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소한의) 사실확인이 되어 이름을 걸고 퍼블리싱한 것과 기업의 광고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블로거들의 포스팅은 다르다. 기업에서 대가를 받았다는 점을 게시물에 명시해주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일반 게시물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상업적 의도를 파악할 방법은 전무하다. 블로그를 통해 구입한 물건에 하자가 생기면 구제받을 방법이 모호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블로거가 중립적인 소비자를 가장해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는 옳은 일인가. 기사에서 계속 지적한 것은 이러한 부분이었다. 기업에서 대가를 받은 게시물이라면, 그 사실을 명기해서 소비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자는 얘기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가를 숨기고 게시물을 올린 건) 저널리즘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블로그라는 공간은 개인적일지 모르나, 파워블로거와 시삽 같은 인플루언서(영향력자)가 글을 퍼블리케이션하는 활동은 의미가 크다는 것이 황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블로그가 사적이라고 하더라도 영향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블로거들이 중립적이고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글을 발행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했다.

약은 이들은 "소비자들이 다 알고 있었던 것 아니었느냐, 단지 블로거들이 돈을 버는 데 배가 아팠던 것 아니었느냐"고 말하지만 그야말로 파렴치한 얘기다. 국민들 가운데 이 사실을 알던 이들이 몇이나 될까. 한 줌도 안 되는 '그 업계' 사람들이다. 취재해보니 모르는 이가 태반이었다. 기사에 언급된 블로그를 매일 들르던 한 주부는 "배신감에 잠도 자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에 '파워블로거를 시기하는 기성 언론들이 대안매체인 블로그를 죽이고 있다'는 문구들이 최근 SNS로 전파되는 것을 봤다. 그런 층위의 논쟁으로 부러 끌고가려는 분들도 보인다. 올드 미디어의 뉴미디어 탄압이라니, 실제 기사로 만들고 싶을 만큼 섹시한 야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소비자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내가 열심히 글을 쓰고^_^; 많은 이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지금도 블로거들이 수많은 게시물을 내리고 있는 사실을 설명할 방법이 없게 된다.

블로그는 좋은 매체다. 굳이 핍박받는 약자의 위치로 자신을 끌어내릴 필요가 없다. 기성 매체를 보완하거나, 누군가의 주장처럼 넘어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인정할 필요가 있다. 블로고스피어가 왜 기존 언론을 보완하는 대안매체로 간주됐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매스미디어에서 모자랐던 믿음와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니었던가.

일부가 그랬다. 그렇다면 자성의 문제다. 이미 블로그 에틱, 블로그 윤리강령은 만들어져 있다. 2003년 사이버저널리스트닷넷이 제정한 '블로그 윤리강령'에는 정직과 공정, 피해의 최소화, 그에 따른 책임이라는 3개 조항이 있다. 항상 그렇다. 초심을 지키면 된다. 앞으로의 블로고스피어는 블로거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규제의 유무에 상관없이 말이다. 깨끗해지지 않으면 외면받는다. 블로거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무도 믿지 않는 매체에 광고를 하는 기업은 없다.

참고로, 취재 도중 자신들에게서 협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블로그에 명기하지 말라고 요구한 기업은 전무했다. 블로거들이 알아서 사실을 숨긴 것이다. 이유는, 글을 읽는 이의 판단에 맡기겠다.


2.
기사에 나간 ㅁ씨, ㄱ씨 등의 반론은 충분히 들었다. 다만 그 내용은 소비자들의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점만 밝혀둔다. 블로거들의 욕을 더 먹이고 싶지는 않아서 기사에는 최대한 무난한 멘트만 골랐다.

또, 의뢰를 해온 기업들은 파워블로거 보호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자사의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대중에게 공개될 때 바람직하지 못한 계약관계일 때, 서로의 신뢰도는 딱 이 정도다. 블로거들은 이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기업의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는 이웃들에게 당분간 신뢰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계속 속일 수는 없다. 결국 독배가 된다. 이번에 충분히 보지 않았는가.

3.
기분전환을 위해 메모해놓은 글. 진짜 빵 터지면서 웃었다. 유쾌하지만 뭐랄까, 요즘 기사를 쓰다 보니 앞으로 마냥 웃지는 못할 것 같다.

파워블로거 사용어구 해석법
-저만의 비밀 아이템->안유명함
-쌩얼연출->커버력 없어
-자연스러워요->커버력 없어
-촉촉해요->커버력 없다고
-진짜 제 피부같은->커버력이 없어도 정도가 있지
-도자기 같은 피부표현->두껍게 발림
-발색이 은은해요->발색 안돼
-양조절이 쉬워요->발색 안된다고
-여리여리하게 발색돼요^^->발색 조온나 안된다고ㅗ
-한듯 안한듯한->살 이유 없어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케이스->안튀는 평범한 케이스
-수정화장 자주 해서 다크닝은 모르겠어요->다크닝 쩔어
-지속력은 무난해요->빈말로라도 좋다고는 못하겠음
-제가 가지고있는 B사 제품과 비교해볼게요->B사 여긴 나한테 물건을 안주네
-휴대 가능한 용기->양이 적음
-파우치에 넣어다닐 수 있어요^^->양이 적음
-깜찍한 케이스->양이 적음
-브러쉬로 바르면 더욱 잘 발려요->브러쉬조차 없으면 똥
-전용 클렌저를 써주는게 좋아요->클렌저도 사
-물론 사람마다 편차는 있지만->니가 써보고 똥같아도 내책임은 아님
-클렌징이 쉬워요->클렌징과 상관없이 잘지워짐
-전 원래 눈에 유분없긴 한데 진짜 안번져요->니가쓰면 오토스모키
-바르니 얼굴이 화사해졌죠?->한톤 높은걸 발랐어
-이번에 리뉴얼되면서->비싸짐
-대나무 수액이 들어가서->비싸짐
-피부에 좋다는 @$!)%가 첨가되서->한 0.03%들어갔으니까 30% 올려볼까
-순하고->비싸
-유기농->비싸
-돈값 하는 제품이에요->조온나 비싸
-요새 이거 정말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품평을 한 천명 돌린것같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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