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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유희

세기의 과부 만들기(Widow Maker) 게임, 문명 5

4COINS 2010. 9. 26. 11:42

1.
요즘 IT업계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이상하게 눈이 토끼눈인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미묘한(?) 의심을 하며 수군거렸다면 이달 초부터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갑니다. 왜냐구요, 지난달 25일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 '문명(Civilization) 5'가 출시됐기 때문이지요. '문명 5가 뭔데 그러느냐'며 묻는 분, 복 받으신겁니다.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마(Satan), 괴물(Monster), 마약…수많은 게임 웹진들이 그 이름에 무릎을 꿇으며 보낸 찬사입니다.

개발사 파이락시스게임즈가 제작한 PC게임 '문명' 시리즈는 세계 3개 게임개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시드마이어가 1991년부터 20년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PC게임입니다. 문명 5는 2005년 나왔던 '문명 4' 이후 5년만의 신작인데요. 게임 이용자는 기원전 4000년 구석기 시대부터 기원 후 현재까지 각 지역을 대표하는 18개 문명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이를 발전시켜나가면 됩니다( 서울은 아쉽게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인도, 중국, 로마 등 고대 4대 문명을 비롯해 특성을 지닌 문명들이 대륙별로 안배됐습니다. 이후 자원을 모아 영토를 확장하고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켜 상대를 앞서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커나가면서 다른 문명을 만나 전쟁이나 외교, 무역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각 문명마다 특색이 있고 성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 같은 경우 매우 호전적이라 주기적으로 공물을 갖다 바쳐야 안심할 수 있는 식이죠.

승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군사력을 동원해 다른 나라의 수도를 점령해 이기는 것부터 과학을 발전시켜 다른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완성하거나, UN에서 상대편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문명의 방향을 이끄는 게 가능합니다. 컴퓨터의 인공지능도 난이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인공지능은 저희보다 더 빠르게 기술을 얻고, 더 많은 재화를 모으며 더 빠른 시간 안에 군사력을 생산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표현해 놓으니 참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중독성은 해본 사람만 압니다. 이미 수많은 PC게임웹진 리뷰어들이 '미칠 듯한 중독성(Crazy Addictive by G4tv)'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애초 문명은 프로축구 구단을 경영하는 '풋볼매니저(FM)' 시리즈와 함께 양대 '과부만들기 게임(Widow maker)'으로 통하는 작품입니다. 전세계에서 1억 장 이상 팔린 '심즈(SIMS)'도 마찬가지죠. 귀가만 하면 게임을 잡는 남편들을 보는 부인들 마음은 어떻겠어요. 서양 부인들이 치가 떨리도록 미워하는 게임이 바로 이 게임들입니다. 매번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그 해 최고의 게임에 선정돼 온 게임들이지만 유럽에서는 실제로 이혼률을 높이는 게임으로도 꼽힌다는데요. 용산쪽 얘길 얼핏 들어보니 국내에는 아직 발매가 안 됐지만 소규모 보따리상을 통해 들여온 물량이 이미 다 나갔다고 합니다.

그같은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명은 자신이 게임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설정해야만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자기제어가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맵의 크기나 데이터베이스의 크기,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는 시간의 주기를 이용자가 지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문명의 경우 턴제 방식, 즉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상대편의 반응이 돌아오고 이용자는 그에 대응해나가는 식의 게임방식이기 때문에 맵이 크고 더 많은 부족이 참여할수록 재미가 배로 늘어납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컴퓨터 사양이 허락하는 '최대한' 재미있는 설정을 스스로 만들어버리고 한 턴만 더, 한 턴만 더를 외치면서 밤을 새게 되지요. 그렇게 사회생활이 단절되면서 그대로 '문명하셨습니다' 상태로 고꾸라집니다.

2.
문명 5를 하다가 느낀건데, 무조건 인공지능 문명과의 교류를 거부하다간 자멸하게 되더라구요. 다른 문명들은 돈이 생기면 서로 공동개발을 해서 기술을 착실히 늘려나가도록 프로그램돼 있거든요.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쇄국정책만 고수하다간 한손으로 열 손 못당한다고, 어느새 기술에서 뒤쳐지게 돼 쫄딱 망하게 돼 있습니다. 라이플맨(총병)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저는 내정을 위해 마음놓고 문을 닫아걸었다가 300년 후 탱크를 몰고 온 인디언에게 멸망했습니다. 아…

PS. 저는 대만에 와 있습니다. 여기서 블로깅을 하는 이유가 왜냐구요, 노트북에서 문명 5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지요.
PS2. 아래는 출시 직후 유행했던 [문명 한글화팀 현황]

발매전에 한글화 팀원 모음

어느정도 팀원이 기획됨

문명5 발매

게임 뜯으러간 팀원이 게임 실행후 연락두절

2차 예비 팀원들도 뜯으러 갔지만 연락두절. 팀원중 한명 네이트온엔 "문명5 설치중" 이란 단어만 남아있음

기다리다 지친 번역팀이 일단 직접 게임에 들어가봐서 영문 수준을 확인해본다고 실행

이들도 연락두절

기다리다 지친 팀장도 게임 실행

팀장 연락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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