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유희문화연구소

아이폰 배터리 가격, 소비자가 화내는 진짜 이유 본문

IT 뒷담화

아이폰 배터리 가격, 소비자가 화내는 진짜 이유

4COINS 2010. 12. 4. 12:01

1.

11월 29일이었다. 발품팔다 조그만 기사를 남들보다 먼저 쓴 적이 있다. ‘아이폰 배터리를 한국에서도 교체해 준다’는 기사였다. 

아이폰 배터리 교환해준다


아이폰 3GS는 지난해 11월말 국내에 들어온 제품이다. 슬슬 배터리 수명이 다 될 것을 고려해 배터리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얘기였다. 본래 아이폰 배터리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분리해 교체할 수 없는 ‘일체형’이지만 애플 쪽에 단말기를 가져가면 배터리를 바꿔 주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미국에서는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지만 국내 애플 지사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리튬이온 배터리는 300~500번 정도를 완전충전·방전하면 배터리 성능이 원래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 국내 출시 이후 1년간 국내 소비자들은 배터리 수명이 다 됐다고 느껴질 때마다 애플 서비스센터에서 29만원을 내고 재조립 아이폰인 ‘리퍼폰’을 구입해야 했다. 
리퍼폰으로 교체하기 싫은 일부 소비자들은 용산 전자상가와 강변 테크노마트의 사설 수리점 등에서 3만원 안팎의 비용을 내고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해왔다. 그러나 보증기간에 아이폰을 뜯으면 정식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수리실패 가능성도 있었다.

덕분에 소비자들 대다수는 기사 제목을 보며 환영의 목소리를 보냈다. 하지만 기사를 클릭해 내용을 열어본 이들은 곧 뿔이 났다. 가격 때문이었다. 
이들은 “국내 소비자들을 ‘호구’ 취급을 하는 것이냐”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미국에서는 79.9달러에 배송료 7달러 정도를 부담하면 배터리 교체가 가능했지만 국내에서는 14만5000원을 내야 했다. 미국보다 50% 이상 비싼 셈이었다.

나도 궁금했다. 왜 비쌌을까. 

이같은 논란에 대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배터리만 교체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배터리를 감싼 ‘하판’을 모두 교체해 고장 위험을 최소화한다”면서 “차액은 하판을 교체하는 가격”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교체를 맡기면 3~4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즉시 교체가 가능한 만큼 국가별 장단점을 감안해 달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화는 이유는 아이폰 배터리 가격이 비싸서, 단지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선택권을 침해받았다고 느껴서다. 
아이폰을 쓰는 동생은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왜 문제가 없는 부품까지 바꿔야 하는데”라며 내게 물어왔다. 소비자들의 생각은 꼭 그 수준이다. 아무도 배터리 외에 하판까지 바꿔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하판을 바꾸지 말고 배터리만 바꿀 수 없는가, 애플쪽에 물어봤다. 안 된다고 했다. 왜. 애플 관계자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나은 편익을 위해 그렇게 할 뿐”이라는 대답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무시당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애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배터리만 교체하려면 9만9800원이고, 하판까지 교체해서 불량률을 크게 줄이는 조치는 14만5000원입니다. 고객님께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화가 난 진짜 이유는 애플이 그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알면서도 ‘우리 제품 쓰지 않을 거면 말든가’ 식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고객 스스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브랜드 충성도는 제로로 수렴한다. 
이는 제품의 질과 무관하다. 잘 나가는 애플이 위태위태해 보이는 건 가끔 이런 헛점을 발견할 때다. 불만 요인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진짜 망할 뿐이고. 소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놈의 콧대 좀 낮추면 배는 잘 팔릴 거라고.”

지난달 30일부터 판매된 애플 아이패드의 경우 내년 12월부터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이 도입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말한다. “이왕 도입되는거, 지금부터 도입하면 안 되나요?” 

애플은 묵묵부답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