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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짧게 보도된 적이 있었죠. 9월 15일(현지시간) 빌 코랜 구글 엔지니어링 분야 선임 부사장은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데이비드 박스데일이라는 엔지니어가 구글의 엄격한 사내 개인정보 정책을 어겨 해고됐다"고 밝혔습니다. 박스데일은 구글 시애틀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27살의 직원으로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최소한 네 명 이상의 미성년자 개인정보에 무단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실이 드러난 건 구글의 내부 시스템에 의해 걸러진 것이 아닙니다. 박스데일이 스스로 이를 알렸기 때문입니다. 이 직원은 올해 봄 알게 된 15세의 소년이 자신의 여자친구 이름을 알려주지 않자 이 소년의 구글 보이스 통신 기록 등에 접근해 이름을 알아내고 소년에게 이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사건을 알게 된 소년의 부모가 구글측에 항의하면서 범행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직원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범행를 피해자에게 스스로 알린 이유는 불명확합니다.
문제는 막대한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있는 구글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구글 직원 수는 수만 명에 이릅니다. 그 중 이상한 사람이 한두 명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개 개발자가 개인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건 문제가 아닐까요. 이번에야 범행 장본인이 자신의 행위를 떠벌렸기 때문이지만 이를 자신만 알고 있었다면 과연 발각되었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개인정보 접근에 관해 구글에서 해고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2번째지만 과연 밝혀지지 않고 있는 사건이 얼마나 되는지는 불명확합니다. 누구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지, 아니라면 그같은 권한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비슷한 일을 벌이던 직원들이 해고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구글은 불리한 사항은 소통하지 않습니다.
구글은 매초마다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기술을 앞으로 미래 인터넷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지요. 클라우드컴퓨팅이란 말을 사용자 측면에서 간단히 표현하면 인터넷에서 자신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행해 온라인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거기서 관건이 되는 건 프라이버시, 즉 개인정보 관리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구멍이 뚫리고 있는 구글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는 모토를 갖고 있지만 이것만 갖고 그들을 믿기엔, 그 믿음은 곧 올올이 풀려나갈 것처럼 허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