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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아의 저주 : 갤럭시 탭이 비싼 '진짜' 이유

4COINS 2010. 11. 17. 22:47
1.
월스트리트저널(WSJ)발로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 인터넷판은 한국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을 이동통신업체 약정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 사려면 미국보다 47%나 돈을 더 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에도 미국보다 13%가량 비쌌다고 썼다. 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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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와 약정을 맺지 않고 갤럭시탭을 살 경우 미국 버라이즌에서는 599달러(약 67만6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이 99만5000원(약 884달러)에 팔고 있다. 제품을 만든 국가에서 50%가량 비싸게 사야 하는 셈이다.

약정을 통해 가입할 때도 한국이 비쌌다.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에 매달 30달러를 내는 2년 약정요금제로 가입할 경우 갤럭시탭을 399달러에 살 수 있다. 2년간 드는 전체 비용은 1119달러(약 126만원) 정도다. 이 요금제의 데이터 사용량은 매달 2기가바이트(GB)다. 반면 SK텔레콤의 월 4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갤럭시탭을 사는 데는 34만6000원이 든다. 2년간 전체 비용은 143만원(약 1263달러)로 미국에 비해 13%가량 비싸다.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도 500메가바이트(MB)로 미국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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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지만 갤럭시 탭이 비싼 이유는 역시 시장의 차이가 가장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스프린트, T모바일 등 북미 이동통신사들이 가져가는 물량은 국내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북미 시장은 사상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인 게 사실이니까. 삼성 라인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과 미국 공급가의 차이가)얼추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바잉 파워의 문제다.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좀 다른 이유가 있다. 필자는 '옴니아의 저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간단한 얘기다. 2009년 T옴니아가 처음 나왔을 때의 출고가를 기억하는 사람? 지금은 줘도 안 가진다는 옴니아2지만(삼성 홍보팀 직원들은 전부 이걸 쓴다) 4기가바이트(GB) 제품이 92만4000원(부가세 10% 포함)이었다. 자, 그럼 옴니아2보다 더 성능이 좋다는 갤럭시S는 어땠을까. 96만원대다. 조금 더 올랐다. 당연하다. 삼성의 말대로라면 성능이 좋으니까 더 비싸야 한다.

그렇다면 카니발리제이션(상호시장잠식)마저 우려되는, 갤럭시S를 눌러놓은 것 같다고 평가되는 우리의 '갤럭시 탭'은 얼마에 나와야 할까. 생각하는 대로다. 갤럭시S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갤럭시S보다 성능이 좋은데, 가격이 낮은 태블릿PC라니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삼성은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자신이 빠졌다. 옴니아2의 가격을 너무도 부풀려놨기 때문에 내릴 수조차 없게 됐다. 사실 SK텔레콤이 삼성에 부른 가격은 그보다 10만원에서 20만원 언더가 마지노선이었다. 잘하면 70만~80만원대에 갤럭시 탭을 만날 수 있었던 셈이다. 삼성으로서도 아이패드가 곧 출시되는 마당에 가격을 내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삼성의 한 '협력사' 직원과 나눈 이야기다.

2.
WSJ의 에반 람스테드 기자는 필자도 안면이 있다. 그는 기사에서 "한국의 소비자들은 그동안 휴대전화와 모바일 기기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해왔다"면서 "이같은 패턴이 태블릿 PC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에반 람스테드는 4일 열렸던 갤럭시 탭 미디어데이 당시 유일하게 질문을 날린 외신기자다.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을 잡기 위해 몰려가는 한국 기자들에게 "왜 한국 언론들은 갤럭시 탭에 대해 비판이 아닌 호평만 하는가"라며 의아해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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