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인사시스템에 대한 소고

'어떤 게임업체의 프로젝트매니저가 팀을 옮기면 그사람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회사를 옮기는 일이 여전히 있다'는 소리를 최근 들었다. 이런 일을 게임업계의 문화로 단순히 치부할 게 아니라, 아직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게임업체가 작은 경우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자연스럽다. 너 실장 나 팀장 이런 경우다. 소규모로 출발한 벤처기업의 숙명일 수도 있는데, 일단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일정 수준의 인사관리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인사관리(HR) 경험을 가진 인력이 타 기업에서 유입되고 자연스럽게 시스템이 이식됨에 따라서다. 그런데 게임업체의 HR 시스템에 대규모 이직 리스크를 방지하는 장치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HR 쪽에는 문외한이기도 하고. 사실 게임업계를 떠난 지 꽤 돼서 순수하게 궁금증에서 쓰는 글이니 아시는 분 있으면 말씀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친정에는 항상 관심이 가는 법이잖는가.

 

 

인사시스템이란 건 결국 인물의 부재에 대응하는 방법.

 

물론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대기업들의 시스템을 참고할 수는 있겠다. 최근 들은 CJ그룹 HR팀의 경우 연초 임원에게 장차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계자(석세서라고 표현하더라)를 두 명씩 적어내게 한다. 둘 중 한 명은 자신의 뒤를 이어받을 사람, 다른 한 명은 자신의 뒤를 잇는 후계자를 또다시 이을 차차기 후계자다. 그리고 임원들은 이 사람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를 적어낸다. 무슨 직무를 시키고, 무슨 역할을 맡겨 어떤 방향으로 성장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매년 말 부하의 성장을 제대로 유도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부하를 얼마나 성장시켰느냐가 임원의 점수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밑의 사람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키우는 걸 강제하는 셈인데, 시스템이 특정 인물의 부재를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커버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두는 셈이다. 특정 인물에게 크게 의존하는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건 해당 인물의 유고시 이를 대체할 만한 인력이 부재한 경우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함인데 대부분의 게임업체는 인사관리를 이에 대비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 걸까? 스타 개발자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재능이란 게 실제 존재한다고 치면, 과연 이런 시스템이 적용 가능할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