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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뒷담화

그놈의 '가챠' 확률 공개, 이번엔 될까

4COINS 2016. 7. 18. 16:29

1.

스마트폰 게임이 일상화된 요즘에는, 모바일 게임에서 현금을 주고 랜덤한 게임 내 아이템을 사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운이 좋으면 수백만원짜리, 운이 나쁘면 쓰레기가 나오는 확률형 아이템, 이른바 '가챠'다. 


이 아이템은 먹어야 해! 석 달 동안 게임머니를 모아 큰맘먹고 지른 수십 번의 가챠에서는 모조리 쓰레기 아이템만 나온다…이런 건 약과지만, 누구에게나 가챠를 돌리고 속쓰려한 경험은 한 번쯤은 있다(참고로 필자는 매우 많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다는 얘기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대체 얼마길래,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현행 법률상, 소비자가 이를 알 방법은 없다. 오로지 게임사들 스스로 시행한다는 '자율규제'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자율규제에 가입한 회사는 총 65개사에 불과하다. 그 외 회사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아니한다.


지난 2008년 기자로 있을 당시, 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결과값에 현금, 현물, 유가증권 등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결과값에 캐시아이템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 특정한 캡슐형 유료 아이템을 통해 다수의 이용자로부터 금품을 모으고, 추첨 등의 방법을 통해 특정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 다른 이용자에게 손실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건전한 영업환경 조성을 위한 상설모니터링기구를 설치한다. 


현재 캐시아이템은 게임회사들의 주된 수입원이다. 그리고 모니터링 기구 따윈 없다.


2014년 10월 K-IDEA라는 단체가 두 번째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 전체이용가 게임 대상 ‘캡슐형 유료 아이템’ 결과물 범위 공개 

- 전체이용가 게임 대상 ‘인챈트’ 관련 결과물 범위 공개 및 경고 문구 게시 

-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결과물에 캐시아이템 포함 금지

- 모니터링 기구 상시 운영

- 청소년 과소비 보호 정책 추진 및 강화


그놈의 전체이용가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나마 마련된 자율규제마저도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곤 '1% 이하' '1%~10%' 따위의 불확실한 책정기준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합치면 100%가 넘어가는 마법의 확률).



2.

즉, 이 자율규제라는 건 소비자들이 보더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답답한 소비자들을 위해 게임 내에서 특정 아이템을 뽑을 확률을 밝히라는 법률안이 곧 발의될 예정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발의 예정인 이른바 '게임아이템 확률정보 공개법'이다. 이미 기사도 나온 상황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간단하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를 새로이 규정하고, 게임머니든 현금으로든 대가를 지불하고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그 확률을 소비자가 '게임 안에서' 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인벤


유사한 법안은 과거에도 발의된 적이 있었다. 정우택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포함 국회의원 10인이 게임의 사행성을 줄이고,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2015년 3월 9일 발의되어 2016년 5월 29일,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동소이하지만 두 법안의 차이점은 간단하다. 이번에 나온 법안은 두 가지를 명확히 했다. 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를 규정 ② '게임 안에서' 위 확률을 알 수 있도록 게임사에 의무 부과, 이렇게 두 가지다. 과거보다 좀더 강화된 의무를 부여한 법안이다.


3.

그런데 위 법안은 일견 게임에 대한 규제안처럼 보이지만, 셧다운제 도입 당시처럼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지 않다. 오히려, 환영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가 사는 물건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비정상적인 시장이라는 걸 깨달아서다.


PS> 실제로 게임을 하고, 애착이 있으니까 이런 글도 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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